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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온실의 꽃



나는 이마에 총구를 대고 머리를 관통시키고는 남자를 지켜보았다. 두 눈의 실핏줄이 터지고 빛이 희미하게 사위어갔고 그렇게 진이 빠진 세상에 내 모습이 비쳤다.



남자의 몸이 뒤로 쓰러졌다. 샌즈의 얼굴이 검은 피로 뒤덮였다. 온 몸까지 그랬다. 그는 그대로 제 관자놀이에 총구를 대고 방아쇠를 당겼지만 남은 총알이 없었다. 손에서 총이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샌즈는 숨을 삼키고 다음. 내뱉지 못했다.
그는 무릎 꿇은 채 뒤로 쓰러진 시체에게 다가갔다. 뒤통수에서 터진 피가 아스팔트 바닥 위로 콸콸 새어나오고 있었다. 샌즈는 신발 끝이 빨갛게 젖어 들어가는 것도 모른 채 남자의 허물어진 얼굴을 뒤적거렸다. 피부 조각과 뜯겨진 머리카락, 희끄무레한 조직 같은 것이 빗방울을 타고 그의 손과 소매까지 내려왔다. 그는 두 눈알 중 완전히 조각나지 않은 것을 집어 들었다. 빛이 꺼져도 예쁜 것이었다.
샌즈는 그것을 두 손에 꼭 쥐고 고개를 숙였다. 제 손가락 사이로 죽은 동공이 보였다. 그는 그것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다 발을 떼었다. 그의 뒤로 여전히 남자가 죽어 있었다. 샌즈는 미친 듯이 비가 내리는 바다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이윽고 정강이. 허벅지뼈까지. 그리고 몸의 절반 너머까지 잠겼다. 남자의 시체가 점점 멀어졌다. 샌즈는 온 몸에 묻은 피가 바닷물에 조금씩 흐려지는 것이 괴로웠다. 그것 외에는 몰랐다. 모르겠다.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두 손에 소중히 쥔 금빛 안구에 매달리듯 몸을 웅크렸다.
어서 나를 데려가.
파도거품이 그를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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