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유진 (@Yuzin_UT @Frisk_re) 2017년 1월 판매 종료되었습니다. 현재 추가 재판 예정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 온실의 꽃 1부 (국판 A5 170p 13,000원) 지하에서 나온 괴물이 인간과 다시 공존하게 된 과정은 7학년 교과서에 여섯 줄로 설명되어 있으나, 사회심리학, 정치학, 법학과 같은 사회과학 분야에서 몇 백부의 논문이 나오기도 했다. 흑인과 백인뿐만 아니라 같은 코카소이드 내에서도 게르만족과 라틴족이 공존하기 위해 몇 백 년 이상이 걸렸다는 것을 생각하면 인간과 괴물의 조화는 비상식적으로 빠른 시간 내에 이루어졌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십 수 번의 암살 시도와 납치 계획이 있었으며 주 정부는 우대 정책으로 포장한 관광 상품화 계획을 내밀기도 했지만 그들..
@sans_re / @Frisk_re [ 온실의 꽃 ]a.k.a 리프리샌 온실페어 sans https://twitter.com/sans_re by Ebott_UTFrisk https://twitter.com/Frisk_reby Yuzin_UT *온실의 꽃 3차 창작 관련 제보를 주시는 분들이 많아 기재 드립니다.온실의 꽃 관련 팬아트 및 팬픽 등의 3차 창작은 출처를 남겨 주실 경우 별도의 허가 없이 자유롭게 가능합니다.출처는 @sans_re / @Frisk_re 또는 온실의 꽃 (http://20160625.tistory.com/) 으로 부탁드립니다.단, 온실의 꽃 관련/기반 봇 또는 AU 생성, 후속작 창작 등은 정중하게 사양하고 있으므로 지양을 부탁드립니다.감사합니다.* Special thanks ..
10. 미래의 발견, 하버트 조지 웰스, 1902 네이처 이 자리에서 억겁의 세월을 돌아보아 우리의 자라온 모습을 살펴봅시다. 사리와 조금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던 처절한 발버둥이 보이지 않습니까? 살아남으려고 이 모양에서 저 모양으로의 변신에 혼신의 노력을 쏟지 않았습니까? 한번은 이런 종류의 힘에 의지하다가 다음번에는 저런 종류의 힘에 의지하며 살아왔습니다. 의지의 끝없는 도전이 분노와 기아로 자신을 다시 덮쳐 우리를 다른 모습의 존재로 바꾸어 놓곤 했습니다. 자신이 지배할 수 있는 영역을 넓히고, 자신의 됨됨이를 더욱 가다듬어 변하는 환경에 재빨리 대응할 수 있는 예리함을 갈고 닦았습니다. 추구하는 것의 정체를 스스로 파악하지도 못하면서 끝없이 추구하여 오늘의 우리 모습에 가까이 올 수 있었습니다. 결..
나는 이마에 총구를 대고 머리를 관통시키고는 남자를 지켜보았다. 두 눈의 실핏줄이 터지고 빛이 희미하게 사위어갔고 그렇게 진이 빠진 세상에 내 모습이 비쳤다. 남자의 몸이 뒤로 쓰러졌다. 샌즈의 얼굴이 검은 피로 뒤덮였다. 온 몸까지 그랬다. 그는 그대로 제 관자놀이에 총구를 대고 방아쇠를 당겼지만 남은 총알이 없었다. 손에서 총이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샌즈는 숨을 삼키고 다음. 내뱉지 못했다. 그는 무릎 꿇은 채 뒤로 쓰러진 시체에게 다가갔다. 뒤통수에서 터진 피가 아스팔트 바닥 위로 콸콸 새어나오고 있었다. 샌즈는 신발 끝이 빨갛게 젖어 들어가는 것도 모른 채 남자의 허물어진 얼굴을 뒤적거렸다. 피부 조각과 뜯겨진 머리카락, 희끄무레한 조직 같은 것이 빗방울을 타고 그의 손과 소매까지 내려왔다..
우리는 정상적인 삶을 살지는 못했다. 프리스크는 완전히 새롭고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두려워했다. 나에 대해서도. 그러나 다시 누군가를 해치는 일은 없었다. 나는 불안에 떠는 그를 평생에 걸쳐 달랬다. 나도 제정신은 아니었다. 동생을 생각하는 밤이 많았다. 그때마다 프리스크는 곁에서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그게 거북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한때였다. 프리스크는 곧 소장직에서 물러났다. 아쉬워하는 이들에게 건강상의 이유라고 말했다. 확실히 건강이 좋지는 않았다. 몸 안도 밖도 상처가 많았다. 내가 아픈 곳들을 쓰다듬어 주면 그는 아주 기뻐했다. 프리스크는 곧 꽃집을 열었다. 나는 온실에서 프리스크가 가만히 앉아 있을 때마다 그가 꽃이 되어 사라질 것 같았다. 기묘하고 쓰디쓴 느낌이었다. 나는 그 장소가 이..
단 한순간이었다. 코스모스가 우주에서 피어난 것도 무함마드가 히라산 동굴에서 유일신의 계시를 받은 것도 찰스 다윈이 진화론으로 고대의 그리스 사상 체계에 새로운 생명의 피를 수혈한 것도 부와 풍요의 땅 중국이 아편에 물들어 시들어버린 것도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선언으로 소련이 해체된 것도 마지막 별이 지고 최초의 태양이 떠오른 것도 비바람이 멈추고 구름이 걷혀 빛의 장막이 땅으로 내려온 것도 단 한순간이었다. 오랜만에 아주 깊은 잠을 잤다. 자는 내내 수도꼭지에서 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좁은 공간에 퍼지는 그 선명한 울림에 편안하게도 젖어들다가 아무도 없는 낯선 침대에서 눈을 떴다. 그 꿈 아닌 꿈. 단단히 쳐진 암막 커튼 아래로 빛이 새어나와 커튼을 걷었다. 투명한 유리창에 빗..
네가 넓은 땅 위를 구석구석 살며 알아보지 못한 것이 없거든, 어서 말해 보아라. 빛의 전당으로 가는 길은 어디냐? 어둠이 도사리고 있는 곳은 어디냐? 잿빛 하늘에서 수천 개의 빗방울이 후드득후드득 떨어졌다. 잠을 깨 누운 채 가만히 있었다. 죽은 사람처럼. 이미 죽어 땅에 묻힌 자처럼. 칼라 진의 시체는 부검을 해 관을 열고 얼굴을 보여줄 수 없었다. 내 장례식을 연다면 반드시 화장을 할 테다. 내 죽음을 의심하는 이를 위해서 뜨거운 불에 태워져 한 줌의 묵직하고 뜨거운 뼛가루로 나올 것이다. 주님의 사랑을 말하거나 그분을 찾는 찬송가는 뺏고 자리에 참석한 모두가 마음껏 슬픔을 토하도록 할 것이다. 대체 그 때는 언제가 될까? 나는 혼자 웃었다. 월요일. 집에 다섯 사람이 모였다. 차를 타고 왔지만 차..
이틀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계속 천문대에 머물러 있다. 내가 찾아가는 일도 그가 나를 찾아오는 일도 없었다. 사원증을 찍고 나오는 길에 고개를 들어 소장실을 확인했다. 불이 켜져 있었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빈 종이를 구겨 버렸다. 펜은 어디로 굴러갔는지 모르겠다. 책상에 이마를 괴자 절로 신음이 샌다. 일단 손을 움직이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소용 없는 짓이었다. 머릿속이 전혀 정리되지 않는다. 그날 휴가를 팽개치고 나왔던 것도. 우연처럼 천문대 일을 권했던 것도. 이런저런 자료들을 기꺼이 내주었던 것도. 신분도 학위도 없는 이방인이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네가, 생각이 점점 더 극단적으로 치닫는다. 설마 네가. '좋아하는데.' '우리 천문대에서 일할래?..
지하 2층에서부터 올라오는 엘리베이터를 잡았다. 문이 열려 층수를 누르려 했는데 이미 4층이 눌려져 있다. 그때서야 먼저 탄 사람이 있었다는 걸 알아챘다. 어, 프리스크. 지금 가려고 했는데. 파피루스한테 선물 줬다면서. 들었어. 아... 별건 아니고. 애인 분이랑 같이 마시라고 술 한 병 줬어. 별거 아니긴. 엄청 좋아했다고 전해달래. 전해줘서 고마워. 대화가 툭 끊겼다. 참기 힘든 정적이 좁은 공간을 메운다. 표정을 살피고 싶은데, 어렵다. 1층, 2층... 프리스크가 팔을 뻗어 3층을 눌렀다. 나 먼저 내릴게. 사무실 가는 거 아니었어? 회의 있어서. 다들 퇴근했잖아. 말하기 전에 벨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띵. 프리스크가 곧바로 걸어나간다. 뒷모습. 가운 위의 목덜미와 목덜미 위의 갈색..
올해도 이 시기가 돌아왔군요. 학술회 시즌입니다. 신입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2인 1조, 3팀을 이루어서 학술교류 목적으로 타 기관에 파견되는 거에요. "간단하게 말하면 그냥." 출장이죠. "몸은 힘들고 보너스는 없는 출장요." 저렇게 말하는 부소장도 이번 멤버 중 한 명이에요. 일정이 꽤 빠듯하다 보니 다들 피하는 자리가 돼놔서. 상급자 세 명과 신입 세 명이 가게 되어 있거든요. 헤. 재밌을 것 같은데. "저도 처음엔 그랬죠. 3년 연속으로 갔을 때는 병가 내려고 설사약 먹었어요. 신입이 들어와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네." 네. 저런 선배는 되지 맙시다. 올해의 대상 기관은 로스앤젤레스, 와이오밍, 매사추세츠입니다. "저 로스앤젤레스 희망합니다." "양심이 없는 분이시네." 그래도 올해는..
꽃 아냐? 응. 좋네. 안 그래도 너무 휑한 것 같더라. 그래? 그래. 무슨 모델하우스도 아니고 방이... 산 거야? 받았나? 받았어. 꽃도 다 받으시고, 우리 소장님. 그치? 그 꽃 부케에 쓰이는 거거든. 허어. 고백이라도 받았어? 하하, 그런 거면 좋겠다. 키보드 소리. 볼펜 소리. 어제 너네 집에 갔는데... 엄마랑 한잔하고 갔다며? 어. 라자냐 먹으러 간 김에. 토리 라자냐에 맥주가 빠질 수 없지. 아침에 토마토 주스 세 컵을 들이키시더라. 토마토 해장 좋지... 나는 뭐니뭐니 해도 케첩이지만... 끔찍한 케첩 중독자 같으니라고. 어디 갔었어? 너 있을 줄 알고 햄버거 사 갔더니. 그랬어? 약속이 있어서. 오, 꽃다발 준 사람? 글쎄요, 아저씨. 이젠 그냥 완전히 아저씨네. 햄버거는 다음에 사줘...
연구개발 실적서, 연구개발 실적 목록, 연구개발 경험 기술서, 연구개발 프로젝트 참여 실적, 포상 기록, 입소 후 연구계획서, 2인 이상 추천서, 대학 이상 졸업증명서 및 성적증명서... 역시... 행정직이라고 해도 최소 졸업증명서는... "샌즈. 있잖아. 우리 천문대에서 일할래?" ... ... 여보세요. 네, 말씀하세요. 뭐야, 내가 잘못 걸었나? 소장님 맞으십니까? 새, 여보세요? 샌즈? 쉬는 줄 알았더니... 바쁜가 보네. 나중에 걸게. 아니, 아니. 괜찮아. 무슨 일이야? 음. 토리엘하고 얘기했는데... 괜찮다고 해서. 그렇게 급한 일도 아니었다고 하고. 곧 면접 볼 사람도 있다고 하고. 그래서, 전에 그 자리 아직 남아있어? 어. 그래, 당연하지. 내가 한 말인데. 음. 잠깐만... 일정은....
여전히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지켜보는가 하면 외면하고, 다가가려 하면 도망치고. 그러면서 시선은 떨어트리지 않는다. 뭔가를 억누르고 있는 이 느낌. 깊은 물을 보는 것 같은 불길함. 오랜 익숙함. 뭍에 선 채로는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오지 않는다면 억지로라도 발을 들여야 한다. 그게 내 역할이고 책임이다. 정말 다 내 오해라면 좋겠는데, 프리스크. "어서 와." 좋은 오후, 토리. "세상에, 이게 웬 오렌지야?" 팝이 엄청 사 와서 말이야. 좀 갖다주라더라. 오렌지 먹은 지 오래 됐지? *웃음 소리* "고마워. 안 그래도 과일을 사 올까 했는데. 프리스크 깨면 먹여야겠다." 프리스크? 걔가 집에 있어? "어머, 내가 말 안 했구나. 그제부터 휴가라고 내려와 있었거든." "그동안 안 쓴 휴일..
지하에서 나온 괴물과 인간이 다시 공존하게 된 과정은 7학년 교과서에 여섯 줄로 설명되어 있으나, 사회심리학, 정치학, 법학과 같은 사회과학 분야에서 몇 백부의 논문이 나오기도 했다. 흑인과 백인뿐만 아니라 같은 코카소이드 내에서도 게르만족과 라틴족이 공존하기 위해 몇 백 년 이상이 걸렸다는 것을 생각하면 인간과 괴물의 조화는 비상식적으로 빠르게 이루어졌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십 수 번의 암살 시도와 납치 계획이 있었으며 과격파의 테러 또한 일어났으나 신기하게도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정말이지 신기하게도. 괴물들의 아이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었을 때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의 연출자, 조연출자, 편집부장은 귀를 기울였다. 아이는 자신을 정치적 수단으로 쓰려는 인간들과 좋을 대로 날조할 준비가 된 기자..
7. 코카소이드 백색인종과 유럽인종을 이르는 말. 유럽을 중심으로 북아메리카와 서아시아에 사는 인류집단이다. 8. 샌타바버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서부에 있는 도시. 로스앤젤레스에서 북서쪽으로 128km 떨어져 있다. 많은 위락시설을 갖춘 휴양지이자 주택도시이다. 11. 써 캐싱턴 토마토 농축핵이 아닌 홀토마토로 만든 유기농 케쳡. 양파, 라임즙, 그린벨페퍼, 올스파이스, 토마토 페이스트와 토마토로 만들었으며 액상과당과 인공색소, 인공감미료를 쓰지 않은 프리미엄 케쳡이다. 생토마토처럼 농도가 짙고 양파가 함유되어 단맛이 포함되어 있다. 스파이시에는 고수와 할라피뇨가 들어갔다. 11. 딘앤델루카 1977년 설립된 프리미엄 식료품 브랜드. 이탈리아와 지중해의 전통 음식문화를 미국에 처음 소개한 브랜드이며 전세..
"... ... 허리케인의 영향권에 들면서 ... 15피트 이상의 파도가 ... 방파제나 해안도로를 넘을 수 있으니..." "... 뉴포트비치의 방파제에서 ... ...명이 부상, 3명이 실종되었습니다. 현재 폭풍으로 인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으며 ..." "... 홍수로 인한 산사태... ...세대 이상이 피해... 각별한 주의를... ..." 1층에 제법 물이 찼다. 식사는 통조림으로 하고 있다. 체스나 블랙잭 따위를 하다가 책을 읽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잠을 잤다. 꿈에서의 너는 달콤하지도 쓰지도 않고 그냥 가만 있었다. 온실이 얼마나 망가졌을지 모르겠다. 처음부터 다시 키워야 할지도. 가구 다 버려서 어떡하냐. 가게도 뒤집어졌을 텐데. 괜찮아. 마침 색이 질렸어. 돈 많은 걸 이렇게 티 내..
계란, 치즈, 베이컨, 버터. 그릇 안에 달걀을 깨고 잘 풀어준다. 소금과 후추로 간한다. 삶은 감자를 작게 자르고, 베이컨을 얇게 썬다. 햄이랑 양파도 뺄 수는 없다. 베이컨을 바싹 구워 접시에 덜어두고 버터를 녹인 팬에 감자와 양파를 볶는다. 냄새 좋네... 오늘 저녁 그거야? 응, 그거. 토스터에서 빵 좀 꺼내줘. 많이도 구웠다. 누가 좋아하는 건데 아무렴. 햄을 넣고 다시 볶다가 베이컨도 넣어준다. 그리고 달걀을 붓고... 밑면이 다 익었다. 체다 치즈, 모차렐라. 반으로 접자. 그리고 다시 치즈. 살짝 녹으면 접시에 덜어서... 케첩 얼마나? 오믈렛 안 보일 만큼. ... ... 좋은 재료만 골라서 열심히 만든 내 마음을 좀 알아줘... 알아주고 있잖아? 이것 봐. 네가 사온 유기농 케첩이라고...
"저녁 내내 전화를 안 받길래... 걱정돼서 와 보니까 이렇게..." 괜찮을 거야, 토리. 인간들은 자주 있는 일이라니까. "그래도 여태 아픈 적이 없었는데..." 너무 걱정 마. 프리스크가 이 정도로 어떻게 될 애는 아니잖아? 쟤가 얼마나 통뼈인데. 울지 말고, 자... "... ..." 밤에는 내가 보고 있을게. 너도 쉬어. 토리엘 목소리랑... 샌즈. 프리스크. 샌즈... 기침 심하네. 걱정할만 하다. 아침부터 이랬어? 그냥 감기인데 뭐... 엄마 걱정 덜어줘서 고마워. 굳이 와줬다. 많이 놀란 모양이야. 퇴근할 때 그대로던데. 나중에 꼭 인사드려. 누워, 일어나지 말고. 땀냄새 나서... *콜록* 그 지경이 돼서 그게 신경 쓰이냐. 자, 물. 많이 아파? 아니. 고마워. 정신이 없는 건지, 말하기..
언제 올거야? 이제 다 끝나가. 점심은 먹었어? 대충. 넌? 나 아직... 얼른 가고 싶어서. 밥은 먹고 일해야지 금방 갈게 같이 저녁 먹자? 그래. 얼른 와 응♥ 아, 이거 어떻게 쓰더라... ♥ 아... ... '아무것도 멀쩡하지 않아. 모두가 행복한 세상 같은 건 허상이야. 이건 전부 저놈의 변덕에 불과해. 제 눈물을 인질로 삼고 칼을 들이대고 있는 거라고. 이 짓마저 질려버릴 때까지.' '어떤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어떤 것이 현실인지 모른다. 내가 죽인 손이 이제 나를 쓰다듬어 주기 때문에 나는 이 시간에 살고 있다. 달고 달아서 혀가 마비될 때 죽고 싶어.' '사랑한다고? 제정신이야? 저건 인간도 괴물도 아니야. 살아있는 것조차도 아니지. 파멸해가는 재앙 덩어리일 뿐이야. 현상은 사랑할 수 없..
출근하기 싫다. 요즘 토리 보기도 뭐하고... 다 때려치우고 잠이나 잘 수 있었으면. 태워달라긴 늦었고... 1분 전에 가면 되겠지. 8시. ... 더워... 에어컨 켤게. 물 좀 줘, 물... ...불 켜지 말고. *쪽* ...시원하지? 컵을... 달라니까. 좀 더... 싫다니까. *웃음* 장난치지, 흑... *콜록* 차가워. 너 지금 일부러 이러지. 덥다며, 덥다며. 난 네 몸이 시원한데 넌 내가 덥겠다. 몸은 뜨겁고 혀는 차갑고... 고역이야. 뼈는 온도차에 약하다고... 그래서 잘 느끼나... 아야야, 농담이야. 뼈에 안 좋다는 뜻이었어. 그러니까... 팔 좀 풀어. 뜨겁다니까. 핥아 줄까. 내 혀 차갑다며. 난 끝났어. 멍멍아. 이제 운동은 무리야. 이 정도는, 새앤즈, 주말 동안 찾지도 않았는..
방과후 수학 3분기 지도안... 학부모 공개수업안... 답안지를 어디 뒀더라... 방 구석의 꽃다발이 눈에 들어온다. 거꾸로 매달린 꽃들이 이젠 거의 다 말랐다. '리시안셔스, 보라 장미. 똑똑하니까 까먹지 않겠지. 다음에 물어볼게.' 꽃말은 번지르르해도 꽃의 운명이란 똑같다. 억지로 주어져서 애매하게 죽는다. 그냥 버리지도 물병에 꽂아주지도 못하고 말라비틀어지게 두는 게 나다. 잎이 다 부서져 먼지가 될 때까지. 그리고 그때마다 새 꽃을 안기는 게 너다. 방에 들어설 때마다 반기는 꽃향기가 어색하지 않게 된지 오래. ... 질식할 것 같다. 뭐해 아. 보내자마자 확인을... 네 생각 데리러 올 수 있나. 바쁘면 말고 갈게 학교지? 금방 갈게 그 카시트는 좀 빼줬으면 한다만. 숙제 꼭 하고. 잘 가라, ..
밤에 만나 영화를 보았다. 샌즈에게 고르도록 했다. 그가 보자고 한 것은 스릴러였다. 나는 꽤 놀랐지만 티를 내지는 않았다. 나는 영화 내내 그를 보았고 그는 영화 내내 화면만 보았다. 나는 왜 그가 이런 영화를 꺼린다고 생각했을까 고민해보았다. 아마도. 내가 이런 짓을 많이 저질렀기 때문이겠지. 약점을 잡아 협박하고 어딜 가든 자유가 없게 하고 날카로운 것으로 목숨을 빼앗는 일. 이 영화의 끝은 복수로 끝났는데 나는 어떨까? 그는 인간이 잔뜩 나와 잔뜩 죽는 영상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나는 배고파졌다. 오늘 어땠어? 뭐, 괜찮던데. 시간 때우기로는 그럭저럭. 난 커플석이라 좋았어. 영화를 보긴 한 거야? 중간에 두 번째로 죽었던 인물 이름은? 너 본다고 바빠서 모르겠네. 이젠 그러려니 싶다만.....
*벨 누르는 소리* 샌즈. ... ... ... ... 음, 내가 어제 '아니'라고 하지 않았나? 그다음에 내가 '올게' 라고 했어. 키스하면서 말해줬어야 했나. ......저 트럭은 또 뭐야? 전에 타던 게 아닌데? 화원 확장하면서 마련했어. 트럭 싫어? 아니, 상관은 없는데... 알았어. 탈 테니까 손 좀 놔. 네가 또 가버릴까 봐 그러지... 문 열어줄게. 농담이지? 주니어 카시트? 거기다 꽃? 안전벨트 합니다. 일반 중형차는 모르겠는데 트럭은 흔들림이 심해서. 내 조수석에 타는 건 샌즈뿐이고... 좋아. 다 그렇다 치고 학교에 이걸 들고 가라는 건 아니겠지. 꽃말 꼭 검색해봐. 누가 줬냐고 물으면 내가 줬다고 하고. *쪽* 워... 진정해, 꼬맹아. 난 이 꽃 이름도 몰라. 리시안셔스, 보라 장미..
지하에서 나온 괴물이 인간과 다시 공존하게 된 과정은 7학년 교과서에 여섯 줄로 설명되어 있으나, 사회심리학, 정치학, 법학과 같은 사회과학 분야에서 몇 백부의 논문이 나오기도 했다. 흑인과 백인뿐만 아니라 같은 코카소이드 내에서도 게르만족과 라틴족이 공존하기 위해 몇 백 년 이상이 걸렸다는 것을 생각하면 인간과 괴물의 조화는 비상식적으로 빠르게 이루어졌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십 수 번의 암살 시도와 납치 계획이 있었으며 주 정부는 우대 정책으로 포장한 관광 상품화 계획을 내밀기도 했지만 그들의 지도자는 능숙하다는 듯 덫을 빠져나가 국제연합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갖은 노력으로 평등권과 생존권과 생명권을 얻었고 각자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게 되었다. 원래 가지고 있..